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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티타임 step1: What about me? - 1기 후기(2)


- 어떤 비장애형제의 2019 상반기 <대나무숲 티타임: What about me?> 참가 후기

조울증 증상으로 언니의 폭력성은 최근 몇 년간 점점 심해졌고 내 마음도 더욱더 피폐해졌다. 어느덧 내 나이는 삼십 대 후반이 되었고, 친한 친구들은 각자의 삶이 바빠져 예전처럼 이야기 할 수가 없어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점점 없어지게 되었다. 이러다가는 내가 죽을 것 같았다. 내가 죽고 싶었다. 나는 스트레스를 이렇게 받는데 날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돈을 벌어야 먹고 사니까 꾸역꾸역 직장은 나갔다. 없는 힘을 쥐여 짜서 일을 했고, 직장에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사람들은 내게 “연애해라, 결혼해라.” 등등의 얘기를 하며 사람이 태어나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을 내가 하지 않은 것에 안타까워하였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연애도, 결혼도, 내 아이를 가지는 것도... 내 마음은 지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직장생활만 겨우 유지하는 거였으니까. 그렇게 몇 년을 견디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 동안 언니의 증세는 점점 나빠졌고 언니의 증세가 최악으로 도달해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킨 후 ‘나는’ 모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언니의 퇴원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왔고 내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언니의 퇴원이 다가오는 것은 언니의 상태가 좋아진 것이었지만, 퇴원 후 또 사고를 치지 않을까, 미리 걱정이 들었다. 그러한 불안을 가진 상태에서 ‘나는’ 모임에 참여해 각기 다른 장애형제를 가진 모임 멤버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우리는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가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의 감정에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들과 겪는 갈등, 가족들과의 관계, 진로,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을 털어놓으며 공감하고 이해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 받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멤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이야기와 같아 예전 아픔이 떠올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 좀 더 깊이 있는 내면의 나(잊고 싶고,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많은 눈물을 흘렸다.

모임이 진행되면서 모임에서 할 이야기를 생각하며 들떠 있는 나를, 마음이 편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요 몇 년 동안 내가 너무 정서적으로 외로웠다고. 그리고 혼자 모든 걸 짊어지고 가려고 해서 힘들었다고. 모임에 참여하면서 나 혼자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서로의 지지가 내 삶에 큰 원동력이 되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언니는 지금 퇴원 후 아직까지 잘 지내고 있고 언니가 앞으로도 잘 지내길 바란다. 내 불안은 예전보다 덜하다. 예전 같았으면 늘 불안했을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해져서 일까? 언니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나는’을 알게 되어서 일까? 앞날은 장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언니의 병 때문에 힘들어도 나를 지지해 줄 지지체계를 만났기에 내 마음이 덜 불안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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