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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티타임 step1: What about me? - 1기 후기(1)


- 어떤 비장애형제의 2019 상반기 <대나무숲 티타임:What about me?> 참가 후기

‘나는’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작년 4월경이었다. 비장애형제자매들의 자조모임. 이런 모임이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했기 때문에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비장애 형제’라는 이름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평생을 비장애 형제로써 살아왔지만, 그런 나를 지칭하는 이름이 있을거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못하고 살아왔었다. 비장애 형제란, 나의 큰 정체성 중 하나인 동시에 이름조차 없었던 흐릿한 정체성이었다.

‘나는’의 이번 대나무숲 티타임에 참가하기 전, 난 나에게 집중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 켠에서는 나 자체보다는 ‘오빠를 책임져야 할 나’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장애인인 오빠를 ‘대하는 방법’, 미래에 혼자 오빠를 책임지게 됐을 때 나에게 유용할 제도 등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나의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그것들을 알게 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임의 세션 중 ‘나의 은하계’를 그리는 활동이 있었고, 그 때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내 우주의 중심에 두지 않았었다. 아직도 그 이유를 제대로 말 할 수는 없지만, 내 우주의 중심은 내가 아니었다. 아마 대나무숲 티타임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그 사실조차 모른채 살아가고 있었을 것 같다.

대나무숲 티타임에 참여한 6주간은 나에게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작년 4월, ‘나는’에서 나온 책을 읽은 나는 이미 마음의 응어리가 거의 다 풀렸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이 공감했고, 또 많이 울었다. 그래서 더 이상 할 이야기나 흘릴 눈물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나무숲 티타임에서도 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고, 또 많이 울었다. 나와 같은 비장애 형제들을 만나 나의 이야기를 하고, 또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내 생각보다도 더 특별하고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오빠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상속에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시작부터 그랬다. 어디서부터 얘기하지? 뭐라고 얘기하지? 이 이야기가 끝나면 분위기는 어떻게 될까?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런 이야기는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끝에 나는 보통 아무 이야기도 시작하지 않는 것을 택하곤 했다.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해도 공감하고, 공감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겐 처음이었고, 그래서 무척 소중했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순간이 내 삶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6주 간의 모임이 끝나고, 나를 대하는 방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나의 현실은 변한게 없지만, 그 현실 속의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 변화를 시작으로 더 나은 ‘나의 삶’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싶다. 나와 나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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